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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을 하고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갈비집 일을 도운 지도 벌써 반년이 되어간
다. 손님들에게 음식 나르는 일부터 불판 닦기, 술 취한 손님 비위 맞추기 등 처
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어느새 난 '갈비집소녀'란 별명까
지 얻을 정도로 일에 능숙해졌다.
하지만 얼마 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 일이 잇다. 그날따라 눈코 뜰 새 없이 바
빴는데, 그 와중에 행색이 초라한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더니 된장찌개가 되느냐
고 물으셨다. '갈비집에서 웬 된장찌개!' 그런데 엄마는 웃으며 할머니에게 앉으
시라 하는 게 아닌가! 자리가 없어 다른 손님도 못 받을 지경인데, 메뉴에도 없
는 된장찌개를 왜 받느냐고, 힘들어 죽겠다고 카운터로 가서는 엄마에게 막 화를
냈다. 그런데 엄마는 가만히 웃으실 뿐이었다.
할머니는 방으로 들어가 앉아 메뉴판을 한참 보더니 달랑 천 원짜리 공기밥 하
나를 시키셨다. 그냥 밥 좀 얻어먹으러 왔다고 해도 드릴 텐데, 태연히 주문까지
하는 할머니를 보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엄마는 그 할머니를 위해 따로 된장찌
개를 끓이고, 있는 반찬을 참 알뜰히도 챙겨 수북한 공기밥과 함께 갖다 드렸다.
할머니는 나가면서 공기밥 값 천 원을 내미셨는데, 엄마는 극구 사양하셨고,
할머니는 "음식값도 안 받는 별 이상한 식당 다 있네" 하며 나가셨다. 그날 저녁
엄마가 나를 붙들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반년 동안 일만 배웟지 삶은 배우지
못했구나 싶어 내가 아주 작아지는 것 같았다. "가영아! 남에게 베풀 수 있을 때
그렇게 대접해 드리고 싶었단다. 아무리 장사가 잘 돼 부자가 된다 하더라도 마
이 가난하면 다 쓸데없지 않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