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 픔

          헤르만 헤세



어제 그토록 불타오르던 것이

오늘 죽음의 제물이 된다

슬픔의 나무에서

꽃잎이 하염없이 떨어진다


내가 가는 길에

쉴 새 없이 떨어져 쌓이는 것을 본다

발자국 소리도 더 이상 울려퍼지지 않고

긴 침묵이 가까워 온다


하늘엔 별도 없고

가슴엔 사랑도 움트지 않는다

회색 빛 먼 곳은 적막하고

세상은 늙고 공허하다


이 사악한 세상에

어느 누가 그의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슬픔의 나무에서

꽃 잎이 하염없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