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5
피 아 노
어스름에 나직이
한 여인이 내게 노래를 불러 주면
나는 지난날의 추억(追憶)을 더듬어
쇠줄 퉁기는 소리 가운데
한 아이가 피아노 밑에 앉아 노래하면서
웃음 짓는 어머니의
작은 균형 잡힌 발을 누르는 것이 보인다.
나도 모르는 새에,
짓궂게도 교묘한 노래 솜씨는
내게 옛날을 생각하게 하여,
드디어 내 마음은,
밖은 겨울인 아늑한 응접실에서
퉁기는 피아노에 맞춰 찬송가를 부르던
옛 집에서 보낸 일요일날 저녁으로 돌아가 눈물 짓는다.
그러기에 이제 노래하는 사람이
커다란 검은 피아노 아빠 쇼나또로써
우렁찬 목창을 터뜨려도 그것은 헛된 일,
어린 시절의 매력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어른이건만 넘치는 추억에 잠겨
어린애와도 같이
지난날을 생각하며 눈물짓는 것을.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