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심연 속에서

         Charles Baudelaire (1821~1867)



내 마음 떨어진 캄캄한 심연 밑바닥에서,
연민을 비나이다, 내 사랑하는 유일한 그대여,
이건 납빛 지평선의 침울한 세계,
거기서 어둠 속에 공포와 모독이 떠돌고,

열기 없는 태양이 여섯 달을 감돌고,
또 여섯 달은 어둠이 땅을 덮으니,
이건 극지보다도 더 헐벗은 고장,
짐승도, 개천도, 푸르름도, 숲도 없구나!

그런데 이 얼어 붙은 태양의 차가운 잔인성과
태고의 혼돈과도 같은 이 광막한 어둠보다
더 끔찍스런 것 세상에 없어라.

멍청한 잠 속에 잠길 수 있는
더 없이 더러운 짐승 팔자가 샘나는구나,
그토록 시간의 실타래는 더디 풀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