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네의 밤





         춥다, 웅크린 채 서로를 맞대고 있는

         집들이 작은 창으로 불씨를 품고 있었다

         가로등은 언덕배기부터 뚜벅뚜벅 걸어와

         골목의 담장을 세워주고 지나갔다

         가까이 실뿌리처럼 금이 간

         담벼락 위엔 아직 걷지 않은 빨래가

         바람을 차고 오르내렸다

         나는 미로같이 얽혀 있는 골목을 나와

         이정표로 서 있는 구멍가게에서 소주를 샀다

         어둠에 익숙한 이 동네에서는

         몇 촉의 전구로 스스로의 몸에

         불을 매달 수 있는 것일까

         점점이 피어난 저 창의 작은 불빛들

         불러모아 허물없이 잔을 돌리고 싶었다

         어두운 방안에서 더듬더듬 스위치를 찾을 때

         나도 누군가에게 건너가는 먼 불빛이었구나

         따스하게 안겨오는 환한 불빛 아래

         나는 수수꽃처럼 서서 웃었다

         창밖을 보면 보일러의 연기 따라 별들이

         늙은 은행나무 가지 사이마다 내려와

         불씨 하나씩 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