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날부턴가 한그루 한그루
나무를 파와 집 주위에 심기 시작했습니다
마당과 이어져있는 언덕 가장 높은 곳엔 밤나무를
그 아래에는 몇그루의 배나무와 대추나무
그리고 오얏나무와 앵두나무까지
그것들이 봄마다 차례로 꽃을 피우고
꽃가루를 날리고 잎새들은 더욱 푸르러져
빛바랜 기와집이 더 이상 외로워보이지 않게되었을 때
당신은 고요히 먼 길을 떠났습니다
하루하루 나무를 파올 때 마다
산 속 그 자리에 당신을 조금씩 옮겨 심어놓았던 것을
이제서야 겨우 알 것 같습니다
그때 당신이 떠났음을 알리는 이슬비가
오래도록 내렸고
나는 앵두나무처럼
당신이 덮어 준 거름더미 위에서
떠날 줄 모르는 빠알간 슬픔의 열매를 갖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