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인 것 같다...힘들다는 말을 하는 거...

남이 해 줄 수도, 시간이 해결해 줄 수도 없는 그런 어려움이 날 힘들게 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 할 수 없는 현실과 미래....그리고 그 가운데 내가 있다.

언젠가 지금과 똑 같은 고민에 빠져 새내기 시절 금쪽같은 1년을 허비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땐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한 해를 고민 속에 보내며 몸을 망치고, 그보다 마음을 더 망치고, 잃은 것은 한정인데 얻은 것은 없는, 앞으로 없을 허송 세월을 보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고 선택할 용기도 없었다...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 때 난 도망쳤었다...

이런 저런 핑계로 뒷걸음질 치고, 나를 속이고 남을 속이며 도망쳤었다.

그렇게 꽁무니를 빼고 도망치는 나를 가로막은 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그리고 도망칠 수 없는 날 시간이란 심판 앞에서 물러나게 해 준 것은 바로 군대였다.

군대만 가면 모든게 해결될 것 같았다.

사실 군대를 간다는 것은 내 일말의 선택을 대변하는 것이었고 나는 그 숨은 선택을 번복하는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다...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때 난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도망치고 싶었던 날 인정하기 싫어서라도 난 다시 돌아올거라는 것을...

그리고 내가 돌아왔을 때 그 곳엔 달라진 것이 아무도 없었다.

부끄럽고 추한 내 모습만이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 변함 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예전의 그 뜨겁던 심장이 이젠 식어버렸다는 것.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져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 답을 구하기엔 내 머리는 지금 너무 뜨겁다...

하지만 이렇게 혼란스러운 머리로도 분명히 알 수 있는 사실은 있다.

영원히 답을 얻지 못할지도 모르는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내 몸과 마음은 피폐해질 것이고, 선택의 시간이 흐를 수록 그 어느 길을 가게 되더라도 가는 길은 세월에 파헤쳐져 예전보다 더 힘들거라는 것...

그렇다...

난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답을 찾고 나면 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렇게 난 갈림길에서 혼자 빙빙 돌고 있고 그 동안에도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절은 의미 없이 흘러가고 있다.

한 가지 더 확실한 것은 난 내 입으로 내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라고 했던 그 시절을 내 앞에 다시 끌어다 놓았고 아직 완전히 다가오지 않은 예전의 나는 시간이 갈 수록 한 걸음, 한 걸음 지금의 나를 좀먹으면서 다가올 거라는 것이다.

이미 닥쳐온 것을 억지로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지금의 나는 군대 오기 전에 그토록 나를 괴롭혔던 그 때와 무섭도록 똑같기 때문이다...

아니, 그 때완 또 다른 문제들을 더 안고 내 앞에 다가왔다...

다시는 그 때와 같이 허무하게 세월을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대로는 그 때와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끔찍한 일을 막기 위해서 어렵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것을 얻기 위해서 지금은 누군가의 도움을 구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작성일 : 2003-10-15 [0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