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33
묘지에서 묻다
그러므로 모든 두려움에게 묻는다
저녁의 검은 습관들 전부 너희 것인가
무한대의 죽음으로 내걸린 황혼을 향해
붉은 입술을 깨물며 구름들이 몰려간다
친구에게 머무르던 죽음은 황급히 완성되었다
빈 몸을 가지고 알처럼 누운 친구는
아직 어색한 모습이어서
풀잎들은 눈물로 젖어 이쪽으로 자꾸만 기울고 있다
저녁바람이 흐느낀다
나무들은 차렷자세로 서서 안절부절 몸을 흔든다
완전한 고요를 남기고 서녘으로 몰려가는 하늘
무덤들은 그 붉은 질서에 순종하며
독한 추억의 건배를 한다
일찍 어둠이 된 그들,
우주의 어딘가로 부화되기 위하여
그때까지 단단한 껍질을 덮고 오래오래 썩어간다
온갖 지상의 죽음들이란 너무도 평범하여서
텅 빈 몸들은 눈물만큼의 습기를 덮고 익으면 그뿐
사람들이 돌아선다
어둑한 길을 더듬어 뿔뿔이 흩어진다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