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바로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이 그것이 되겠죠.

받는 사랑이 주는 사랑의 마음을 30%만 이해한다 하여도...

주는 사랑이 그리 아파하진 않을텐데.....................



몹시도 추운 날이었습니다. 영하 5도의 추위에 옷깃을 여몄습니다.

뼈 속까지 얼어붙는 듯한 추위에 떨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그렇게 한시간이 흘렀습니다.

나의 입김이 뿜어져 나오면서 얼음조각으로 산산이 흩어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폭포수가 계곡에서 마구 떨어지듯이 역전 출입구 쪽에선 사람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래도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보이질 않습니다.

2시간이 흘렀을 무렵에는 빠른 걸음으로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발이 땅에 얼어붙는 듯한 느낌 때문에.. 노래도 불렀습니다.

"떴다~떴다~비행기..날아라, 날아라.. 안 춥따.. 난 하나두 안 춥따아.."

장갑을 낀 손으로 두 귀를 막고 있을 무렵..

멀리서 허겁지겁 나를 찾는 그를 볼 수 있었습니다.

"미안해 윤미야..회사에 급한 볼 일때문에 ....... "

"미안하긴.. 사실 나두 5분전에 도착했는걸...헤헤~ ^_^"

난 그가 나와의 약속을 잊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했습니다.

다음날 심한 몸살을 앓아 .. 회사에 결근하는 사태도 벌어 졌었지만...

난 그를 사랑하기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습니다.

술이 취한 깊은 밤 문득 그의 생각이 들면 전화를 걸곤 했었습니다.

마침 그가 전화를 받으면 하늘을 날아가는 듯이 기분이 좋았었습니다.

"정말 난 축복받은 아이야.. 너의 목소리를 듣게 되어서 정말 기뻐.."

나의 기쁨을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윤미야.. 나 지금 무척 바뻐..할 이야기 있으면 빨리 해."

난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그에게 해주려고 연습했던 이야기들이 갑자기 공중으로 사라져 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니야. 그냥 안부전화야.. 잘 지내지? 단지 그것뿐이야"

허탈한 마음만을 남긴 채 그 짧은 통화는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오늘 그의 목소리를 들었으니까요.

하루는 그가 회사 로고 때문에 고민할 때 저에게 문득 스쳐 지나가는 투로 말했었습니다.

회사로고를 도안중인데 무척 신경 쓰이게 한다고 말이죠.

난 그와 헤어져 즉시 서점으로 달려가 도안에 관한 서적은 모조리 사와 밤새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요행히 예전에 컴퓨터디자인을 공부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수월히 진행할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는 저에게 아무런 것도 바라지 않았고, 저 또한 그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무척 마음이 아파옴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겉으론 표현하진 못했습니다.

항상 나는 느낌을 감춰왔었으니까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는 내가 도안한 로고보다, 더 낳은 형식의 로고를 구입했으니까요.

그가 행복하다면 저 또한 행복한 것이니까요.....



오늘도 그를 기다렸습니다.

처음엔 오늘도 늦는구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점차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조금씩 화라는 감정을 느꼈었습니다.

하지만, 전 압니다.

그가 나에게 돌아왔을 시에는 그 화라는 감정이 말끔히 사라진다는 것을요..

그러나 오늘은 이상했었습니다. 3시간이 지나도록 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화라는 감정보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

그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그의 아버지의 무심한 말밖엔 들은 것이 없었습니다.

길거리 어느 일찌감찌 문 닫은 상점 옆에서 그냥 그렇게 쭈그리고 앉아 7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끝내 그는 오지 않았습니다.

저 동쪽 끝 동이 틀 무렵..

난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 집으로 향했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제가 걱정했던 일이 그에게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과

마침 그 계절이 겨울이 아니였기에 추위는 없었으니까요.

그것으로도 감사해야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사이 1년이 지난 어느날

그에게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고 싶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밤새 머리를 싸 메고 MAIL을 작성했습니다.

아침이 되어서야 난 그에게 한 통의 MAIL을 보낼 수 있었고,

저녁이 되어서야.. 편지의 수신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신자 ID 수신자명 수신/참조 상태 일자 XXXXXXX XXX 수신 본인삭제 94/09/29



참.. 이상한 현상이었습니다.

듣도 보지도 못했던 것이 상태라는 란에 기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읽음'도 아니고 안읽었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혹시나 하는 마음이 일어서 제 자신에게 간단한 MAIL을 작성해서 받아보고 나서 확인을 했습니다.

본인삭제란.. 결국은 메일을 보지도 않은 채 "DD MAIL NO"를 입력시키면

삭제가 된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나에게 위안이 되었던 건

그도 그 삭제된 MAIL이 고백서임을 모르고 지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제 스스로를 달래야 했습니다..

그래도 그를 마지막 까지 이해하려 했기에..



그가 다른 여자 사귄다는 것을 우연히 친구에게 들었습니다.

맘속으론 크게 놀랐으나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채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나보다 내 친구가 더 화가나서 그를 마구 욕했습니다.

내가 그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 친구를 진정시키고,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일밖엔 없었습니다..

집으로 혼자 걸어오는 길에 그때서야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리면 신물이 올라온다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하늘을 쳐다 보았습니다. 그리곤 결정을 내렸습니다.

내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요...

그때 비로서 예전에 이해가 가지 않았던 이정석의 '사랑하기에..'라는 곡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행복이라면 나 같은 건 얼마든지 떠나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만 행복해 질 수 있다면... 저는 그렇게 그 사람을 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