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06
몹시 추운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5교시 수업에 들어갔을때의 일입니다.
"으응?"
안 그래도 추워서 얼어붙을 지경인데 아이들이 창문을 죄 열어제친 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으으 호……."
"어휴 추워라...니들은 안 춥냐?"
"추워요."
"아니 그런데 창문은 왜 있는 대로 열어 제쳤어?"
물어도 묵묵부답, 닫으래도 못들은 척, 아이들은 추위에 떨면서도
한 시간 내내 창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나참 별일이네. 으으…춥다,추워……."
의문이 풀린 것은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서 그 반 담임을 만난
후였습니다.
"추워서 혼났네. 김 선생님 반 애들은 기운이 남아도나 봐요."
"예? 아,…저도 들었어요. 그게 사실은요……."
사연인즉, 그반에 특수학급에서 온 아이가 있는데 4교시 수업시간중에
그만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뭐야, 무슨 냄새야 이게?…어휴 냄새야."
옷을 버린 것은 물론이고 교실 바닥까지 지저분해진 상황.
그런데 바로 그때 반장과 짝꿍이 벌떡 일어나 일을 수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물을 치우고 숙직실로 그 친구를 데리고 가 목욕을 시켜 체육복으로
갈아 입혔습니다.
그리고 더럽혀진 교복과 속옷까지 빨아 널었습니다.
그것은 중학교 1학년 짓궂은 아이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실수를 덮어 주기 위해 비밀로 간직한 채 추위를
견딘 것 입니다.
나는 다음 날 속 깊고 대견한 마흔 명 애어른의 머리를 차례차례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 tv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