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한 화재진압 상황. 시력이 좋지 않은 소방관 A씨는 안경을 벗어던져야 했다. 앞이 잘 보이진 않지만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콘택트렌즈를 끼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화재진압 과정에서 연기로 눈이 따가워져 자칫 눈을 비비기라도 하면 쉽게 빠져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화재의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에게 시력은 곧 생명과도 같다. 요즘 유행의 바람을 타고 보편화되고 있는 시력교정수술이 있지만 2백만 원 정도의 수술비는 소방공무원들의 박봉으로는 벅찬 금액이다.

어려운 여건의 소방관에게 시력을 되찾아주는 한줄기 빛이 나타났다. 정기적으로 라식수술을 무료시술해주는 중부우리안과(대전 대흥동) 권두성(55) 원장이 바로 그 빛이다.

“꼭 필요에 의해서 하는 수술이 있고 원해서 하는 수술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백내장 수술은 필요에 의해서 하는 수술이라면 라식수술은 원해서 하는 것이죠. 하지만 직업상 어려움을 겪는 소방관들에게 라식수술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 입니다.”

권 원장은 소방관들을 진료해오며 화재현장에서 불과의 사투를 벌이는 그들에게 라식수술은 절실한 것임을 느꼈다. 하지만 그동안은 생각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대학병원에서 공동 투자한 기계로 라식수술을 시술해 왔기 때문에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평소 그의 결심에 불을 당겨준 것은 지난해 하반기, 라식수술 기계를 병원 내에 설치하면서부터. 자신의 기계가 아니라는 불편한 마음을 덜어내고 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처음 계획은 소수 몇 명에게만 시술 혜택을 주기로 하고 대전소방본부에 공문을 발송했다. 소방관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시술 희망자도 예상 보다 훨씬 웃돌았다. 이에 권 원장은 세 가지 기준을 세웠다. 직급이 낮고 현장 근무를 해야 할 것, 그리고 시력이 낮은 사람을 우선시 할 것.

무료 시술의 혜택을 받은 소방관들은 하나같이 “더 열심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병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권 원장에 대한 감사의 글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그는 단지 그게 보람이자 즐거울 따름이다.

지난해에는 구청에서 추천을 받아 무의탁 노인들에게 백내장 무료 수술을 해주기도 했다.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라식수술의 경우처럼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서지 않았지만 백내장 무료 시술 역시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생각을 갖고 있다.

<행복인 닷 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