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장미의 귀에 뭔가 속삭이셨다.
그러자 장미는 싹을 틔우며 미소지었다

하느님은 돌에게 뭔가 소근거리셨다
그러자 돌 속에서 보석이 빛났다

하느님은 해에게 뭔가 귓속말을 하셨다
그러자 새빨간 뺨이 수백 개나 해를 뒤덮었다.

하느님은 물에게 뭔가 은밀히 말씀하셨다.
그러자 물은 흐르기 시작했다.

하느님은 대지에게 가만가만히 속삭이셨다.
그러나 대지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저 응시할 뿐이었다.

후일, 장미가 입을 열었다.
"하느님은 나와 함께 계시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돌도 말했다.
"나한테도 계시겠다고 했는걸, 그래서 나는
내안에 보석을 가졌지."

해도 나섰다.
"나한테도 머무신다고 했는데 ..."

물 또한 가만 있지 않았다.
"나한테도 그러셨어. 그래서 내가 움직인 거야."

그러나 대지는 말이 없었다.
그저 그 순간에도 세상의 모든 것을, 심지어 썩고
죽은 것까지 받아들이는 사랑의 일을 계속할 뿐.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만큼 내려가 있는 겸손한 대지.

짓밟아도, 짓밟아도 끝없이 용서하는 대지.

볍씨가 떨어지면 벼를, 풀씨가 떨어지면 풀을 키우는 정직한 대지

오직 대지만이 온몸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멀리가는 향기 - 정채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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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없이 자기 일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알아보려면
오래 지켜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해
"세상에는 쓸 만한 사람이 없어." 라고 말을 한다면
당신이 아무 말 없이 그 누군가를 오래동안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일겁니다.

*출처 : http://www.eastone.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