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한번, 오직 한 번 사랑스러운 상냥한 여인이여,
매끄러운 당신의 팔이 나의 팔에 매달렸소.

밤은 깊어 가고 있었소.
보름달은 새로운 메달처럼  하늘에 걸리고
숭엄한 밤은 잠든 파리 위를
큰 강처럼 조용히 흘렀소.

집들의 처마를 따라 현관 대문 밑을
살며시 귀를 세우고 고양이들은 지나갔소.
그렇지 않은 것은 그리운 그림자처럼
우리의 뒤를 조용히 따라왔지.

창백한 달빛을 받으며
속마음을 나누고 싶은 심정이었소.
그때 느닷없이 당신한테서
빛을 발하며  쾌활한 소리로
볼록한 울림이 , 높은 악기 같은 당신한테서

번쩍이는 아침의 군악처럼
명랑하고 늘 즐거운 당신한테서
슬퍼 탄식하는 음악의 괴이한 높고 낮음이
비틀거리면서 새어나왔소.

나약하고 추하고, 음산하고 더러운 계집아이처럼
가족들이 온통 얼굴을 붉히며
세상으로부터 숨기려고 오랫동안 헛간 속에 가두어 두었던
그런 여자처럼 비틀거리면서.

가엾은 천사여, 드높은 소리로 당신은 노래할 테지.
"이 세상에서 무엇 하나 믿을 것  없네.
인간의 이기주의는 제아무리 신경을 쓰고 표면을 장식해 보았자
언제나 본심이 새어나오게 마련
아름답다는 것은 여자에게 괴로운 직업과도 같아
그것은 억지로 미소하면서
황홀하게 나를 잊는, 열광하면서도 냉정한
댄서의 평범 비속한 직업과 같네.

사람들의 마음 위에 집을 짓는 것은 어리석은 짓
사랑도, 아름다움도 모두 무너져 버리고
그 나머지 영원한 세계로 되돌려주고자
망각이라는 가방 속에 그것을 던져 넣네."

나는 이따금 떠올렸소.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이 달을
그 고요와 나른한 밤
그리고 마음속 참회의 작은 방에서 속삭임을 들었소
그 무서운, 내면의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