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당신을 처음 만났을때

저는 가슴 깊숙히서 울려오는 뜨거운 고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린 소녀였던 당신이 어렸을때처럼 슬픔에 잠긴 눈으로 나를 바라볼때

나는 외로웠던 지난 날들에 대한 서러움도 모두 잊을 듯 했습니다.

아이처럼 맑고 순수한 당신은 우리가 다시 만났던날 고개만 푹 숙이고있었지만

당신의 그 짙은 갈빛 머리칼 사이로 발갛게된 작고 예쁜 두 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저녁 노을 사이로 멀어져가는 당신의 하얀 목에 살며시 걸려있던,

어린 날 내가 그대에게 준 구리빛 목걸이를 보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복에 자꾸만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이같이 웃는 얼굴에 항상 슬픔을 감추곤했던 그대가 처음 울던날이 기억납니다.

뜻 없이 잠 못이루던 어느 밤에 얼굴이 하얗게 된 채 나의 집 대문 앞에서 서 있던 당신.

얼마나 오랫동안 그 곳에 서 있었는지 손 끝이 빨갛게 얼어있었습니다.

놀라며 걱정하는 나를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가만히 보며

어렸을 때처럼 한번만 안아달라는 그대가

나는 가엽고 애처로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 한 켠이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뜨겁게 차올랐지만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몰랐습니다.

나는 슬픔에 떠는 그대를 내 보잘것없는 품에 꼭 품었습니다.

하염없이 울고있는 그대의 작은 어깨를 이 손으로 가만 가만히 다독여줬습니다.

나의 눈에도 뜻 모를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지만

나는 그때에도 그 것이 사랑임을 알지 못했습니다.

어느새 나의 품 속에서 잠든 그대를 추위도 잊고 안고있다가

가만히 어둠과 섞이어 다른 생명을 여는 새벽녘의 미약한 햇살이

그대와 나의 곁에 잠시 머물때에 나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내가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진희씨, 진희야.

너무도 보고싶다. 너의 작은 목소리나마 듣고싶어.

하지만 이제 그만 물러가야지. 나없는 세상에서 네가 느낄 아픔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미안해요, 진희씨, 뒤 돌아보지 말고 항상 행복하기를..

 

-서울시 성북동 어느 작은 방에서, 11.1.15.   이종수-